배짱이 없는 사람은 시험을 잘 볼 수가 없다.
수능 시험을 한번 치러본 사람은 안다. 수능 시험 때는 평소 모의고사에서는 들지 않는 오만가지 생각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번 수능도 망하면 어떡하지?', '문제가 도저히 안 풀리는데 그냥 포기하고 찍을까?', '반에 삼수생도 많은데 한 번 더 해볼까?' 등등의 생각 말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험이니 들 수 있는 생각이다. 내 인생 최고의 시험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이러한 생각들을 더 불러일으킨다. 하지만중요한 것은 올해의 이러한 생각이 내년에는 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이번 시험에 포기한다면 내년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능은 실력과 배짱을 동시에 시험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수능 시험 1교시 국어를 볼 때 위기가 닥쳐왔다. 문제가 굉장히 어려웠고, 특히 '슈퍼 문' 지문은 당시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때 평소에 하던 생각이 들면서 '뭐, 나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내가 국어를 그렇게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확실히 맞출 수 있는 문제는 완벽하게 맞추고, 전혀 감이 안 잡히는 문제는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한 번호로 찍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라면 앞으로 남은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으면 된다.'라는 생각도 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정신의 날을 바짝 세우고 나머지 시험에 임하니 결과는 국어에서 5개, 나머지과목에서는 1개만을 틀렸다. 역시나 그날 뉴스를 보니 국어가 매우 어려웠다는 소식이 들렸고, 나머지 과목에서 더 집중한 덕에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국어시험을 봤던 그 순간 내가 배짱 없이 포기했더라면, 지금 이렇게 수기를 쓰고 있는 나도 또한 없었을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은 단순히 상투적인 말이 아니다.
수능시험은 기본적인 초중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힐 수 있는 문제로 출제되어야 한다. 나도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생이 느끼듯 틀린 문제라도 답을 알고 나면 왜 답이 그것일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머릿속으로만 이해하면서 부수적인 것들을 암기하려고 한다. 특히, 수학에서는 불필요한 정리, 법칙 등등을 암기하는 등의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 그러한 법칙이나 정리는 최후의 수단이다. 문제의 의도를 알겠으나,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잘 모를 때 언젠가 사용해 본 적이 있는 법칙과 정리는 해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사설, 교육청 등의 문제들은 아닐지 모르나, 적어도 평가원과 수능의 수학을 중점으로 말했을 때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물어본다. 여러 개의 개념을 엮어서 해결력을 가늠할 수도, 계산을 다소 복잡하게 하여 계산력을 평가할 수도, 어려운 말로 문제를 풀어놓아서 이해력을 측정할 수도, 일정한 규칙을 찾아야만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여 추론능력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평가기준에는 결국 기본 개념을 충분히 이해, 암기, 복습하여야만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 나의 예를 들자면, 통계를 많이 헷갈려 해서 그 개념과 출제 유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서를 계속 보고 정리, 암기하여 백지에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연습했다. 다른 여타 과목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국어는 지문을 읽는 능력, 기본적인 문법 지식, 화법과 작문을 균질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능력, 문학의 기본 용어에 대한 숙지 등이 중요하고, 영어는 단어와 문법을 정확히 알고, 단락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탐도 또한 전체적인 개념의 흐름과 세부적인 내용파악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부른다.
신촌 스카이에듀에 윤리와 사상 강의를 해주신 이현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해주신 말이다. 수업 시간에 처음 이 말을 들을 때부터 공감했다. 나는 수학 공부에 다른 과목보다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문제도 많이 푼 것 같다. 기본 개념을 복습하는 것과 병행하면서 말이다. 문제를 풀고 채점하고 문제의 답지와 내가 푼 것을 비교하면서 문제가 무엇을 묻고자 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남들보다 많은 양의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양이란 단순히 시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혼이 빠진 상태로 10시간 공부하는 것, 아니 앉아있는 것은 2시간 집중하여 공부한 것만 못하다. 공부의 양은 집중력*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할 떄는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집중하여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양적인 변화가 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정확한, 다르게 말하면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주는 질적 변화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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