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연세대 의예과에 합격한 전재준입니다.
처음 수능을 봤던 2014학년도 입시에 저는 수시에 모든 것을 걸었었습니다. 그것도 논술전형이 아닌 최저등급이 없는 학생부전형에 더욱 치중했었는데, 1점대 초반의 애매한 내신과 스펙 등재를 금지하는 새 정책으로 인해 많이 빈약해진 생활기록부로는 원하는 대학에 붙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능 성적표를 받고나서는 1월부터 바로 재수를 하기로 결심했는데, 여러 학원들을 알아보던 중 세일학원에서 재수를 했었던 누나의 적극적인 권유로 노원 세일학원에서 재수를 시작하였습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그랬듯이, 재수 초기에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했고 많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기에 내외적 요인으로 흔들리는 제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한심했습니다. 그래서 잡념을 떨치기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했고, 학원에 들어와 처음 응시한 3월 서울시 모의고사에서 작년대비 4~50점 가량이 향상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학에 흥미를 가져 혼자서 수학 공부를 했기 때문에 다른 과목들에 투자하는 시간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다른 과목들에 대한 나만의 공부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처진 공부량을 따라잡고 효율적인 방법론을 찾기 위해 재수 초기에 최대한 많은 양을 공부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영어가 제일 내공이 부족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영어 모의고사 문제집 한 권 분량을 풀었고, 그 다음으로 부족했던 화학도 하루에 20문제 가량을 꼬박꼬박풀었습니다.
정규반 개강 이후에는 영어 공부 시간을 유지하면서 국어와 물리 공부 시간을 추가로 확보해야했기 때문에 공부 시간을 더 늘렸습니다. 항상 영어는 제 마음에 걸리는 과목이었기에 대부분의 자습시간과 자투리 시간에는 무조건 영어에 할애했고, 3일의 여름방학기간에는 하루에 EBS 영어교재 한 권씩을 풀었습니다.
양으로 승부하는 소위 양치기 전략은 제 자신이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에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도저도 아니고 공부를 대충 하는 친구에게는 그나마 양치기 전술이라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감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가장 좋은 자료는 바로 기출문제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수능뿐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시험에 해당됩니다. 모든 시험은 시행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이클이 존재합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조차도 수 십 년 전의 문제 상황을 그대로 출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기출문제는 출제기관의 가치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단히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껴서 풀라는 사람도 있지만 기출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많이 푸는 것을 권장합니다.
제 경우에 국어는 2005학년도부터 2014학년도까지, 영어는 2009학년도부터 2014학년도까지의 모의평가와 수능 기출문제를 계속 풀었습니다. 과학탐구 같은 경우는 기출문제 데이터가 얼마 없기 때문에 외우다시피 풀었고, 9월 달부터는 전 기출문제를 하루에 한 번씩 풀었습니다.
제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공부에서의 시행착오를 정량적으로 생각할 때 그 양은 누구나 비슷합니다. 다만 상위권 학생들은 그 시행착오를 몇 년에 걸쳐서 겪었기에 전체적으로 평탄하게 치고 나가는 것이고, 공부를 안했다가 막 시작한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이 몇 년 동안 나눠서 겪은 시행착오를 단기간에 겪어야 하기 때문에 남들이 볼 때 힘든 상황이 더 많은 것뿐입니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당연히 오는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 방법 또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수시 철이 되면 다들 마음이 붕 뜨게 되는데, 수시의 경우는 그냥 다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 수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부전형의 경우 최저등급이 미약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데, 이 전형은 사실상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 학생들을 위한 전형입니다. 게다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순간 드는 합격할 것만 같은 생각은 수능 공부에 치명적이므로 그냥 정시로 입학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논술전형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논술전형의 지원자들에는 ‘과목 매니아’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장 저만 해도 고2 때부터 혼자 힘으로 AP 미적분학을 수석으로 이수하고 KMO고등부와 성균관대, 연세대 수학경시 등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전국에 생각보다 많다는 것과, 상위권 대학일수록 뛰어난 ‘매니아’ 학생들에게 유리한 논술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최저 등급을 맞춘 상태에서 그저 평범하게 수능 공부만 한 학생이 몇 달 공부한 논술 실력으로 매니아들을 이긴다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쉬운 일이 아님에는 틀림없습니다.
물론 현 정부 들어서 쉬운 논술고사를 지향하고 있는데, 최상위권 대학은 사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올해 응시한 연세대 의예과 원주캠퍼스 논술에서는 현대대수학 내용을 그대로 묻는 수학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가장 무난한 마음가짐은 수시에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수능 하나에 올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 수능은 머리싸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머리가 좋으면 분명히 유리하겠지만,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꼭 수능을 못 보는것은 전혀 아닙니다. 수능은 천재를 가려내기 위한 시험이 아닙니다. 천재를 위한 시험은 이미 많이 있고, 수능은 그저 성실한 인재를 뽑기 위한 시험일뿐입니다. 따라서 수능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그 규칙을 적용하여 연습 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기본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수능을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고 학생들의 수능평균이 저조하다는 것은 이 사실을 증명하는데, 실제로 제 친구들 중 한명은 한국화학올림피아드 금상 수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에서 화학 3등급을 맞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수능은 실력싸움, 머리싸움이라기보다 노력과 성실의 싸움입니다.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공부하면 성적은 무조건 오르게 되어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나는 분명히 원하는 성적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없으면 실제로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비록 현역 때 실패를 해서 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태라도 빨리 떨쳐내고 자신감으로 무장하시길 바랍니다.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절대로 적이 아니라 힘든 것을 견디게 해주는 조력자들입니다.
세일학원에 계시는 선생님들 또한 여러분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이십니다. 저는 재수하면서 담임선생님께서 많은 격려를 해주셨고 자신감도 주셔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힘든 일이나 고민 등이 많이 해결될 것입니다.
반드시 철저한 자기관리와 강한 확신을 가지시고 원하시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겠습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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