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의 시작)
고등학교 시절 나는 자율학습시간의 대부분을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게임하며 보냈다. 하지만 언제나 1점대 중반의 내신과 소위 말하는 ‘서성한’ 급의 모의고사 성적을 유지했다. 이러한 사실은 나를 자만하게 만들었고, 공부는 점점 소홀해져 갔다. 결국 나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이나 과 어느 하나도 가지 못하고 실패했다.
성적에 맞추어 갈 것이냐 아니면 한 번 더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갈 것이냐 고민하던 중 자제력이 약한 나에게 1년을 온전히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일단 대학에 다녀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정시로 중앙대학교에 입학하기는 했으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2학기에 바로 휴학신청을 하고 관리가 엄격하다는 신촌 스카이에듀에 들어왔다.
(실패를 되돌아보며)
6월 반수반에 들어오자 마자 우선 작년 수능의 실패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자제력이 약하다는 것과 단순히 문제만 많이 푸는 수박 겉핥기식 공부 방법이었다. 이러한 공부 방식은 문제를 조금만 꼬아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급한 성격은 사소하지만, 그 결과는 사소하지 않은 무수한 실수들을 만들어 냈다. 나는 이 문제들만 해결하여도 최소한 작년보단 나아지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더 나은 방식으로)
자제력 문제는 의외로 금방 해결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난 거의 게임중독자(-_-)수준이었다. 스카이에듀의 시스템 상 평일에는 오후10시, 주말에는 오후6시까지 의무적으로 남아서 자습해야 했는데, 처음엔 내가 왜 다시 공부를 하고 있나 후회도 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문득, 새로운 방식이 기존의 방식보다 나은 방식일 확률이 80%라는 ebs영어지문이 떠올랐다. 성공하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렇게 난 6개월 후 목표한 대학에 입학한 나를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고, 오히려 이 시간이 지나면 집에선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공부를 즐기려고 노력했다.
3년간 해온 공부 방법을 바꾸는 것은 꽤나 힘들었다. 단순히 문제만 많이 풀고,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무작정 암기방식을 버리고, 철저히 ‘수능’ 만을 위한 공부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우선 국어는 ebs교재를 한번 풀고 연계를 느끼기 어려운 비문학부분은 버리고, 문학부분만 주제와 줄거리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중간에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9월 모의평가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국어 4등급을 맞고 멘붕이 살짝 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의 목표는 수능이라고 위로하며 새로운 공부법을 믿고 유지한 끝에 수능에선 1등급을 맞을 수 있었다.
수학은 기출문제와 사설문제집을 번갈아가며 풀었다. 단순히 문제만 많이 풀었나? 아니, 이러면 작년과 다를 게 없지. 틀리거나 애매하게 푼 문제는 최대한 해설의 도움 없이 풀려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친구한테 살짝 힌트를 얻어서 풀었고, 답지는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삼았다. 또한 맞은 문제는 나의 풀이와 답지의 풀이를 비교해 서로 다르면 두 풀이 모두 적어두었다.
영어는 ebs교재가 짜증날 정도로 많다. 나는 6월부터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해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한 번 풀고 여러 번 다시 보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단 한번이라도 완벽하게 볼 것을 계획하고 모든 지문을 국어의 문학과 마찬가지로 주제와 줄거리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결국 이것은 신의 한수가 되었고 영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수를 결심한 학생들에게 ‘수능 미만 잡’ 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과정에서 파생된 것들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수능’ 이라는 결과를 향해 나아간다면 고3때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꼭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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