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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생들에게 위로의 글을 잘 쓰지 않는 편입니다. 다른 공신님들 수기도 워낙 대단하시고 성공수기만 읽어서는 실패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성공수기보다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한 많은 글을 썼습니다.
올해 새출발에 앞서서 저 역시 제 수기와 더불어 희망의 메세지를 보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쓰게 됩니다.
"1차 불합격 하셨습니다"
아침에 합격공지가 떴다는 말을 듣고 재빨리 컴퓨터를 켜서 보았다. 너무 몽롱해서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다. 꿈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곧 정신을 차리고, 엄마께 말씀드리고 학교로 갔다.
그 날 나는 학교에서 하루종일 멍 때리고 있었다. 친구들도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서 다들 외면하고 있었다. 학교선생님들의 따가운 시선, 사늘한 공기, 뼈까지 스며드는 공포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고 엄마와 함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나 재수하고 싶어, 엄마"
이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리고 그에 뒤따르는 사과의 말은 정말 하기 힘들었다. 울음을 꾹 참았다. 눈이 충혈될 정도로 빨개지고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니깐 잘 생각해봐"
이 말 하나에 무너졌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서 주먹을 꽉 쥐니깐, 눈물 콧물 할것 없이 마구 쏟아졌다. 죽을 만큼 죄송한데,,,,,,.. 말도 못할 만큼 눈물이 나와서, 너무 몸이 떨려서, 눈물맛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재수를 결정하고 내년 8월 4일에 있을 한일 이공계 국비유학 시험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수능이었다. 도저히 보기 싫었다. 문제유형도 다르고, 내 자신에게 쉴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재수에 대한 패배감에 저버린 나는 결국 수능날까지 실컷 놀고, 등급 6 6 3 9 9 9라는 최악의 상태에 도달했다. 1등급을 기반으로 다시 배워야 하는 일본대학 입시다. 문제의 심각성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1월 1일, 재수를 결심한 다른 친구와 함께 진주의 청곡사라는 절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생활을 결심했다. 부모님께 엄청난 학원비를 내게 할 수 없었다. 학원은 실컷 다녔다. 나는 더 이상 학원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학원에서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결국 학원은 인강으로 대체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일본대학 시험 준비에 필요한 일본책번역교재는 고작 과목당 2권.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에, 책을 살수도 없었고 답지조차 마땅치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노력하자”
이것이 내 생각이었다. 더 후회할 수도 없고, 원망할 수도 없었다. 가지고 있는 소량의 문제집을 완전히 씹어 먹기로 결정하고 공부에 돌입했다.
나는 학원을 안다녀봐서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당시 친구와 나는 3평 남짓한, 둘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살았다. 밤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세면실은 너무 멀었다. 후레시를 켜고 밤에 가면 정말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곳이었다. 외로움과 서러움이 공포와 불안에 뒤덮혀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엄마 곁에 가고 싶었지만, 친구와 공포를 달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그당시 맞춰놨던 알람소리를 들으면, 몸이 떨리고 공포가 몰려온다.
3주째 되던 무렵, 어머니의 생신이 있었다. 선물 드릴 돈이 없어서, 편지를 열심히 썼다. 하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아들을 대견하게 생각해주시는 어머니 앞에서 차마 편지를 드릴 수가 없었다. 결국 드리지 못하고, 절간 화장실에서 편지를 읽으며 또 미친듯이 울었다. 공부로 보답해 드려야겠다. 그 길 뿐이다.
4시 30분: 기상, 씻고 법당 가서 예불
12시: 점심
6시: 저녁
10시: 씯기
11시: 취침
어머니 생신 이후로, 이 시간표대로 기계적으로 살았다. 어제 오늘이 구별이 안된다. 잠시 일어나고 공부하면 밤이 된다.
내가 공부와 하나된 듯이 살았다. 미친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을 초탈했다. 정말 꿈속에서도 문제를 풀고 있었다. 하루는 너무 아파서 펜조차 못 잡았는데, 눈 감고 있으면서 머리에 온갖 수식과 문제를 떠올리며 복습했다.
그렇게 5개월을 살았다. 5월이 되자, 날씨도 더워지고, 방도 너무나 더워서, 도저히 공부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공부가 안되니, 자연스레 페이스가 떨어지고 이른바 슬럼프라고 하는 것이 찾아왔다. 견딜 수가 없어 절에서 나와, 집 근처 독서실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슬럼프란 것은 본디, 장소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었기에, 어딜가나 마찬가지 였다. 하루 15시간 공부는 6시간으로 떨어지고, 공부실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 때 운명적으로 구본석 공신님의 책을 봤다. 성공수기를 읽어보면서, 지금까지의 자신을 절실하게 반성했다.
"목숨을 걸라" 라고 하셨다. 나는 목표와 함께 공부하지 않을 것이면 죽겠다는 일념 하에 책상 앞에 칼을 꽃아놓고 공부했다. 정말 난 죽을 각오가 되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슬럼프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점점 원상궤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슬럼프였다. 완전한 실력을 찾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했다. 자면서 떨어질 것 같은 공포에 온몸이 떨리고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거면 시험 붙고 죽어라. 누가 너 같은 놈한테 죽을 권리를 줬나."
맞는 말이다. 나는 죽을 자격도 없는 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죽을 각오로 공부했다.
시험 당일 날, 나의 지금까지 공부해놓은 흔적을 돌이켜 보았다. 실력 정석책은 이미 아는 것 모르는 것 5단계 분류법으로 최소3번, 최대 15번까지 풀었으며, 수능과 비교가 안 되는 방대한 양의 암기를 필요로 하는 일본 물리, 화학, 영어 역시 책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처음으로 기쁨의 눈물이 나왔다. 혼자서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이렇게 열심히 했구나. 결과를 초탈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고,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한일 공동 이공계 학부 유학시험 최종합격을 축하합니다"
신기하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기쁘고 대견하고, 새로운 모험에 대한 새로운 도전 의식만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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