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학원 유** 대입성공노하우
평소에 선생님과 농담 소재로만 사용했던 수기 쓰는 일이 실제로 저에게 일어나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는 송원학원 ‘인문 8반’에서 재수를 했으나 나이는 현역(96년생, 빠른X)인 재수 현역생(...?)입니다. 뭐 저런 경우가 있나 궁금하실 텐데, 저는 과학고에 다니는 동안 수학과 과학은 정말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역사공부를 하고 싶어 조기졸업을 기회로 송원에서 모험을 선택했죠. 제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이라 여러분들께 도움 될 만한 팁을 많이 드릴게요.
처음 송원에 왔을 땐 2년 정도 공부할 각오를 했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정시로 대학을 가는 사람이 재수생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과학인재 전형 등 수시를 통해 진학을 하고, 저 또한 수시에만 신경 썼기 때문에 수능 공부를 할 기회조차 없었죠. 또 진로를 바꾸면서 사회탐구 공부도 새로 시작해야했기에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수능 공부를 하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죄송합니다) 계속 하게 되더라구요. 사실 수기에 공부 방법은 너무 부끄러워서 안 쓰려고 했는데 쌤께서 쓰라고 하시네요... 다른 형, 누나들 수기에 적혀있는 효율적, 효과적인 공부도 시도해보지 못했고 학원생활 또한 모범적이진 않았지만 어떻게 공부해왔는지는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케이스일 수 있으니 끄덕끄덕하며 따라하진 마세요!! 그냥 재밌게 읽어주시고 참고만 해주세요.
I. 공부 방법
1. 국어B
11월 13일 아침부터 수십만 문과생들의 뒤통수를 친 국어. 평소에는 50분 정도면 OMR 확인까지 끝내던 저도 80분 땡 할 때까지 고민되는 문제를 찍고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좋은 성적을 얻기를 원한다면 어떤 지문이 나와도 겁먹지 말고 읽어나가야해요. 저는 비문학을 풀 때 문장마다 중요한 단어에 꼭 샤프로 표시를 하면서 읽었습니다. 반복되는 단어가 나오면 이전에 그 단어나 문장에 표시했던 기억이 탁 떠오르면서 글을 이해하는 것이 수월해집니다!! 중간에 읽다가 갈피가 잡히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읽는 불상사가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그러면서 시간 단축도 되어 80분 동안 서너 번은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법은 김윤주쌤께서 추천하신 ‘중얼중얼’ 방법을 애용했습니다. 입으로 읽어보면 어색한 어법을 찾을 수 있어요. 이번 수능에도 평소 사용하는 어법에 대해서 물었기에 효과적이었습니다.
2. 수학A
미적분과 통계는 범위와 유형이 제한적이라 학교에서 배웠던 예전 기억을 꺼내는 연습만 했었어요. 그런데 수학 I 은 이과 학생들이 설렁설렁 넘어가고, 지수로그나 수열 파트에서 상상력과 노가다를 요구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공부했습니다. 자이스토리랑 EBS만 주구장창 풀었습니다. 흰 노트 470쪽을 빡빡하게 채울 만큼 풀이양도 많았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문제 첫 줄을 보자마자 어떻게 풀지 딱 떠오를 정도로 ‘유형 파악’이 되었고, 시간도 아껴서 검산을 최소 다섯 번은 할 수 있었습니다. 수I이나 미통기나 어떻게 풀 지 바로 생각이 나야합니다.
또 수능을 칠 때는 긴장하지 않고, 처음 풀 때는 직감을 통해 빨리 푼 후에 검산할 때는 스스로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판서하면서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사소한 식까지 하나하나 적어가며 천천히 풀었습니다. 그러면서 실수한 것도 찾아 고칠 수 있었습니다.
3. 영어
올해는 정말 쉽게 나와서 항상 90점대를 배회하던 저에게는 감사했던 과목입니다. 우리 반 정영훈 쌤께서는 항상 문제풀이 ‘스킬’보다는 독해력 자체를 중시하셨어요. 정말로 영어를 잘 하고 글을 잘 읽는 사람은 빈 칸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에서 글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셨기에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이스토리를 통해 최대한 많은 양의 기출 지문을 읽고 핵심 주제와 근거를 파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문 구조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답도 눈에 바로 들어오더라구요. 물론 EBS도 지문을 거의 외우다시피 많이, 자주 읽었습니다. 억지로 읽은 건 아니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재밌기도 해서 심심할 때마다 읽었어요(죄송). 지문 위에 주제를 정리해서 적어두는 것도 복습에 도움이 됩니다. 지문 내용을 잘 외우고 싶으시다면 스스로 지문에서 핵심 주제나 단어를 찾아 빈칸으로 만들어 푸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어떻게든 반복해서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한국사와 한국지리
3월까지만 해도 1년 만에 한국사를 하기엔 부담이 클 것 같아 사회문화+한국지리 공부를 했었는데, 사문은 문제가 낚시, 틀린 단어 찾기 느낌이라 영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 있던 역사 공부도 하고 서울대도 도전...해볼 겸 한국사를 시작했습니다. 무작정 년도만 외우는 게 아니라 ‘인과관계’ 중심으로 공부했어요. 어떠한 사건의 이유와 결과, 그에 따른 후세의 영향 등등... 신경환쌤의 수업과 함께 정말 재밌게 공부했습니다. 또 문제풀이에 대해서는 박찬쌤의 도움을 받았는데, 문제에 자주 나오는 단어 중심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어떤 단어가 주어지면 그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기억해내는 방식이었는데, 실제로 올해 수능 문제를 풀 때 한국사적 센스(라고 박찬쌤께서 이름 붙이신 능력)가 발휘되어서 다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문제 자체도 그런 유형이었습니다. 교과서도 꼭 보세요!! 진짜 사소한 내용에서 문제가 나올 수도 있어요.
한국지리는 백지도를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지도 그림도 자주 그리고, 그 위에다 기후나 경제, 산업에 대한 내용을 적고 개념과 위치를 직접 연결하며 공부하는 게 재밌었어요. 물론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자이스토리와 EBS 문제는 모르는 문제가 없을 때까지 봤습니다. 덕분에 올해 시험에서도 다 맞췄네요.
II. 공부 말고
1.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제가 재수를 생각하는 여러분에게 왜 재수를 하는지 물었을 때, ‘왜라니, 대학 다 떨어졌으니까 그냥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면, 앞으로 송원학원에서 열 달 동안 공부하는 게 정말 힘들 수 있어요. 작년 수능 치고 나서 떠오르던 ‘끝났다!’라는 단어가 쉽게 지워지지 않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듣기 싫은 수업 꾸역꾸역 들으며 자습시간에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게 정말 고통스러울 겁니다. 성적은 당연히 작년과 다름없을 거구요. 그렇기에 재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짧게는 대학을 위해, 길게는 내 진로를 위해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해야합니다. 미리 진로 설계도 해 보고, 벽이나 책상, 스톱워치에 자신의 꿈을 적어두고 틈틈이 보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 방법입니다.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재수생활이 그리 모범적이진 못했지만, 공부할 때만큼은 뭔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했습니다. 아마 과고에서의 실패에 대한 부끄러움과 ‘서울대 역사교육과 15학번’이라는 11글자로 인해 동기부여가 되었나봅니다. 공부하는 게 정말 즐거웠고, 목표는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2. 학원생활
1) 스트레스!!
학교보다 좁은 교실, 많은 학생, 맛없는 밥이 삼위일체를 이룬 곳에서 열 달을 버텨야합니다. 여러분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학생이라면 갑갑한 학원에서 탈출하고픈 욕망을 억눌러야만 하죠. 그렇게 생긴 스트레스는 평범했던 학생들도 발톱을 세우며 예민해지게 하고, 학생들끼리 트러블도 자주 일어나게 되어서 공부하기 힘들어져요.
그런 만큼 공부하는 중에 생기는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너무 갑갑할 땐 옥상에 올라가서 운동을 팍팍팍!!!! 하거나, 주말엔 학원 앞 오락실에 딸린 동전노래방에서 시끌시끌한 김경호 노래(ㄷㄷ)를 부르며 기분을 풀었습니다. 인문 8반 누나들 몇 명은 저녁에 외출증 끊어서 맛있는 거 사먹고 오기도 하더군요.(쌤이 외출증 안 끊어주시면 fail) 스스로의 방법은 찾되 공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합시다.
2) 인간관계
저의 재수생활 말기를 너무나 힘들게 했던 녀석입니다. 학원을 그만두니 마니 쌤하고 상담까지 했었는데 왜 그랬나 싶어요. 재수생은 누구나 남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고, 뜬금없이 다른 사람과 아픔을 함께 하는 공감능력이 전문 상담가 수준으로 상승합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말이 통하고, 친구가 되고, 함께 놀러 다니고, 함께 맛집 탐방하고, 함께 2층 매점가고, 함께 삼ㅅ...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할게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시험은 대신 쳐줄 수는 없어요. 힘든 시간 함께한 친구가 최고라지만, 서로에게 너무 의지하고 믿다 보면 모의고사 점수 하락과 같은 사소한 일에도 쉽게 트러블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각자 바쁘다고 덜 챙겨주니 신경을 안 써주니 섭섭해 하다가 싸우게 됩니다. 어차피 친해질 사람은 수능 끝나고도 연락하고, 다시 모여서 밥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학원생활 얘기도 하면서 재밌게 지냅니다. 수성구 K고, D고, J여고, D여고 같은 경우에 한번에 100명 가까이 재수를 하기 때문에 송원에서 정기모임을 할 확률이 크므로 더 조심해야합니다!!!!
3) 기타등등(송원 본관 생활 꿀팁)
- 휴지 꼭 갖고 다니기 (화장실 휴지는 사포같이 꺼칠꺼칠 게다가 5시 전에 누군가 다 씀)
- 사물함에는 간식ㅎㅎ(매점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요)
- 겨울에 양치할 땐 정수기에 따뜻한 물 받아서!(그냥 화장실에서 하면 이 시려죽음)
- 지각한 날은 2층에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탑시다.(부원장쌤 죄송해요)
- 옥상에 헬스기구 있으니까 운동합시다. 공부도 체력이 뒷받침해줍니다!!
- 여름에도 담요 갖고 다니세요!(여름에 18~20도로 맞춰서 남극이 펼쳐집니다)
송원 다닐까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 제가 위에 저렇게 적어놨다고 학원이 감옥같거나 군대같다고 느끼진 말아주세요ㅋㅋ 학교 다닐 때 보다는 불편하고 피곤하겠지만, 정말 좋은 선생님들의 수업 들을 수 있고,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공부해서 여러분의 꿈에 더 가까워졌을 때, 송원학원에 다닌 걸 후회할 일은 없을 거예요.
인문 8반 45명 챙기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을 담임이신 정영훈쌤!! 우리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사비 털어서 사주신 삼겹살, 키위모찌, 초코슈, 모카번 등등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ㅋㅋ 벤타랑 코웨이 공기청정기도..ㅜㅜ 이젠 제가 맛있는거 싸들고 찾아 갈게요ㅎㅎㅎ
열 달간 가르치시느라 애쓰셨을 선생님들 모두 감사드리고 딱딱 소리로 생활지도해주신 부원장쌤 감사드립니다!!
2015년 꿈을 갖고 더 큰 목표를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 올 한해를 통해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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