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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학원 한**의 학원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송원에서 1년 동안 재수한 한**입니다.
1년 전에 여기에 재수 선배들이 쓴 글을 보면서 재수를 시작한 게 떠오르네요. 그 때 ‘여기에 글을 쓸 수 있을까?’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조언은 고3이나 N수를 하는 수험생이 가져야할 마인드와 공부법에 관한 것입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뻔하디 뻔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제 글을 보고 마음에 새겨서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 모든 경우에 백퍼센트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건 없습니다.
수능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고3때 제가 가장 잘못한 것은 제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루 종일 수학, 영어, 사탐 인터넷 강의를 듣기만 하고 제대로 복습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단단히 착각해서 자습시간 때 PMP나 컴퓨터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게 가장 큰 독이 되었습니다. 제가 첫 수능 때 사회탐구에서 각각 2등급, 3등급을 받았는데 사실 9월 모의고사부터 사회탐구 성적이 엉망이었습니다. 사회탐구 성적은 계속 떨어지는데도 원인을 제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강사 탓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수능 전까지 강의만 듣고 혼자 공부하지 않았답니다. 사실 강의를 들으면 수업내용이 모두 이해가 되고 암기가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진짜 착각이 맞습니다. 그렇게 착각하고 있다가 모의고사에서 막상 시험지를 보면 분명히 아는 내용인데 많이 헷갈립니다. 반드시 혼자 공부한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남에게 묻지 말고 최대한 고민해야합니다. 분명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N수생에겐 넘치는 게 시간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이런 거 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급하게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는 재수 생활동안 베트남어를 제외하고 인터넷강의를 하나도 듣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시간을 때운다는 것을 고3때 경험으로 절실히 느꼈고, 그럴 시간이 있다면 스스로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학원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비싼 재수학원 비용을 지불하면서 인터넷 강의를 또 들을 거면 독재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학원 선생님들의 수업도 인터넷 강의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초가 아주 부족하다면 추가적인 수업을 들으며 보충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기초가 쌓여있다면 혼자 하는 공부를 추천합니다.
제가 이렇게 공부하면서 가장 큰 보상을 받은 과목은 영어와 사회탐구였습니다. 외고를 나왔는데도 수능 때 영어 4등급을 받았다고 놀림 받은 기억이 아직도 나는데, 어쨌든 현역 때는 유명 강사의 EBS 영어강의와 학교 영어수업만 듣고 자습시간에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재수를 하면서 선생님들이 나눠주시는 EBS예상프린트 또 제가 생각하는 예상지문들, 어려운 지문들을 혼자 꼼꼼히 해석해보고 모르는 문법도 찾아봤습니다. 혼자 공부할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게 느껴졌습니다. 재작년 14수능이 특히 어렵긴 했지만 제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재수를 할수록 느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4등급이라는 숫자로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회탐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3때 한국사 한국지리 인터넷 강의를 정말 재밌게 들었는데, 재밌게 보기만 하고 그만 둔 게 문제였습니다. 재수할 때는 이런 재미까지 포기하고 학원 선생님 수업만 듣고 혼자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학원선생님들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한국사 같은 경우에는 신경환 선생님이 말씀한대로 교과서를 너덜너덜할 정도로 봤습니다. 학원에서는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집에 와서는 교과서의 그 부분을 마치 연극하듯이 혼자 재연하곤 했습니다. 반복 또 반복이었습니다. 한국지리는 이은주 선생님께서 정말 혼자 공부하기 딱 좋은 자료들을 나눠주셔서 좋았습니다. 여러 가지 통계자료들, 옛날 기출문제들, 한국지리의 디테일한 내용들 모두 좋았습니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헷갈리는 내용 외우는 법 말고도 저 혼자 독창적으로 만든 것을 머릿속에서 되뇌곤 했습니다. 어려운 내용들은 왜 이렇게 되는 지 정말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밥 먹기 위해 줄을 설 때도 했던 것 같습니다.
비단 영어와 사회탐구 과목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어에서는 왜 이런 이유로 이 근거가 답이 되는지를 찾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도 혼자 그 과정을 반복하고 몸에 체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은 학원선생님들도 많이 가르쳐 주시니 여러 가지로 접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어는 다른 문제집은 지양하고 역대 평가원 수능 기출문제집만 물고 늘어져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수학도 학원선생님이 나눠 주시는 각종 프린트와 역대 기출문제집을 풀면서 혼자 이해하는 과정을 가지고 수학은 정말 안 풀리면 학원선생님에게 묻는 게 좋습니다. 문과에서 정말 안 풀리는 문제는 시험에 안 나올 뿐만 아니라 시간만 많이 가고 체력을 다 갉아먹으므로 차라리 빨리 물어서 해치우는 게 좋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려운 수학문제에 시간을 버린 게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얘기를 하니 과목별 시간 조절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저렇게 수학 문제 하나 풀겠다고 자습시간을 거의 날려버린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럴 시간에 영어나 국어를 더 보거나 다른 수학 문제를 풀 걸 후회합니다. 각 과목의 공부시간이 너무 넘치거나 너무 뒤처지지 않는 것도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이과도 아닌데 수학에 시간 허비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여기까지가 제가 1년 동안 공부한 내용입니다. 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사실 고3동안 다 배운 내용입니다. 다 아는 것이라고 수업을 빼지 말고 학원 수업내용을 촘촘한 그물로 도망가는 물고기를 잡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식이 탄탄하게 쌓였다고 생각하면 혼자 곰곰이 반복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점이 현역 때와 재수 때의 결정적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공부 방법 외에도 수험생활측면에서도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자만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절대로 해선 안 될 것이 자만입니다. 현역 때 망한 이유가 저것으로 인한 정신줄 놓음과 그로 인한 인강에 빠진 것인데.. 재수 할 때도 모의고사 성적에 꽤 휘둘렸던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많이 조심하라고 말씀들 해주셨는데도 못 쳤을 때는 우울해하고, 잘 쳤을 때는 우쭐해했고 결과적으로 공부하는 데 방해만 되었습니다. 사실 시험을 못 쳐서 우울해져서 다음에는 잘 치겠다고 끓어오르는 게 낫지, 자만심 우쭐심 이런 것을 가지게 되면 뭔 근거도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멍청하게 있게 됩니다. 자만하지마세요.
건강도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여러분 자신의 신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생활해야 합니다. 저는 잠이 많은 체질이라 밤늦게 새벽2시 이런 때까지 공부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다 몸이 쉽게 피로해져서 학원에서 틈틈이 수면을 취했습니다. 웬만하면 수업시간에 조는 것은 지양하고 쉬는 시간이나 오후 자습시간에 10분씩 자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상 자는 것은 공부에도 방해되고 머리만 아프니 자제하도록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운동도 하는 게 좋습니다. 학원에서 무슨 운동을 하겠냐마는 계단을 타는 것도 큰 운동이 됩니다. 등하교할 때도 엘리베이터 보다는 계단을 타면서 틈틈이 운동을 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너무 큰 압박감을 지우지 맙시다. 다른 사람이 특히 부모님이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감은 잊어버리도록 합시다. 여러분 인생입니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20살 성인입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 압박만으로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동기부여가 부족하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는 숨겨놓은 수능성적표를 가끔씩 봐줍시다. 전의가 확 올라올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요 정도였는데 쓰다 보니 엄청 길어진 것 같습니다. 재미없는 글을 여기까지 꼼꼼히 읽으신 근성만으로도 재수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붕정만리라고 했습니다. 인생은 길고 재수하는 기간은 그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입니다. 실패를 했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십시오. 이 경험이 분명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모쪼록 2016수능 치시는 분들 모두 각자 바라는 바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한 해 동안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신 송원 선생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특히 인문9반 담임선생님이었던 김윤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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